2023.04.30 - 수종사, 운길산, 물의정원
토요일마다 둘레길을 갔었는데 이번주는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새벽 6시 알람이 울려 밖을 내다봤는데 비가 온 듯 하고 안개가 껴서 나갈까 말까 고민하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다시 일어났을때는 비가 제법 많이 오고 있어 움직이지 않은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저녁에 두런두런 이야기 하다가 와이프가 창고에 등산스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안그래도 등산스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되었다. 처음에는 별거 없이 시작했는데 매 주 지날때마다 뭔가 늘어난다. ㅎㅎ
일요일 아침 일어나보니 구름은 좀 있었지만 날씨가 괜찮았다. 물병에 물 담아 챙겨서 길을 나섰다.
내비를 조안보건소로 맞추고 차를 몰았다. 수종사 안에 주차장이 있다는 것은 블로그를 보고 알았는데 협소한 것과 수종사로 올라가는 길이 운전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하고 이왕 길 걷는건데 목적지까지 차로 가는건 아니다 싶어 수종사 올라가는 초입인 조안보건소에 차를 댔다. 보건소는 주말에는 차를 댈 수 있다고 한다. 꼭 그곳이 아니더라도 보건소를 지나 수종사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장사 안하는 장어집 맞은편에 공터가 있어 그 곳에 차를 대어도 괜찮을 것 같다.
트래킹화로 갈아신고 수종사를 향해 걸었다. 수종사까지 40분넘게 계속 오르막이고 경사가 가파라서 거친 숨을 내쉬어야 했다. 여러 블로그에서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을 별로 추천하지 않던데 막상 걸어보니 이해가 된다. 우선 초보자들이 운전하기 쉬운길이 아니다. 외길이기도 하고 반대편 차가 다가온다면 두대의 차가 지나갈 수는 있는 너비지만 경사도때문에 멈췄다가 올라가고 하는게 운전을 시작하는 사람한테는 만만치 않은 코스일 것 같다. 또, 차에 무리가 갈 것 같기도 하고 뭐..그렇다. 그렇지만, 수종사까지 가는 중간중간 좁은 공터가 몇 곳 있다. 나중 내려갈때 보니 중간 중간 좁은 공터에 차를 대고 올라가시는 분들도 계셨다. 좀 무리가 된다면 그렇게 차를 대고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수종사 주차장도 넓지는 않아 일찍 가야 차를 댈 수 있다.
수종사에 거의 다다르면 운길산 올라가는 곳과 수종사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보였다. 어느 곳을 먼저 갈까 고민하다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힘이 빠질 것 같아 수종사로 먼저 방향을 틀었다. 수종사로 가는 좁은 길이 있고 문이 하나 보였는데 왠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몇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지 그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수종사로 들어서자마자 약수터가 보여 물 한잔 마시고 주위를 둘러보니 탁 트인 양수리 전망이 보였다.
금, 토 비가 왔어서 공기도 깨끗해져서 멀리까지 보였다. 구름이 조금만 더 없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천천히 절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경치를 감상했다. 경치 보느라 보물로 지정된 팔각오층석탑을 못 보고 지나쳤다. 대신에 보호수인 은행나무와 커다란 범종각을 보았다. 은행나무가 무척 커서 가을에 보면 더 멋있을 것 같다.
느긋하게 둘러보고 갈림길로 내려와 운길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운길산도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비가 온 후 땅이 약간 질퍽거려 가져온 등산스틱이 산 오르고 내려가는데 도움을 주었다.
오르막 중간즈음에 조그만 동굴이 보였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려다가 반짝이는게 보여 가까이 가서 보니 조그만 불상이 있었다. 왜 그곳에 두었는지 궁금하여 인터넷 조회해보았는데 안나오네...
수종사부터 운길산 정상까지는 800여미터정도로 짧은 구간이었지만 꽤 힘들었다. 땀 닦으며 오르다보니 조그마한 공터가 보였는데 백패킹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수종사로 가고 있을때 커다란 등산가방을 가지고 가시는 두 분을 보았는데 아마도 백패킹을 이곳에서 하셨나보다.
이 곳을 지나고 나서 조금 헤맸다. 길치라...... 꼭 어디 갈때면 한 번은 헤매네...네이버지도도 등산길은 조회가 되지 않는다. 등산길 안내하는 앱을 설치해야겠다.
한참 올라가다가 바위더미가 있는 곳이 나오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잘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바위에 앉아 쉬고 계시는 할머니께서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정상은 저리로 가시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리로 가서 바위를 조심조심 엉금엉금 기어 내려갔는데 나중 내려가면서 보니 더 왼쪽으로 좁은 길이 있어 그리로 가면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다. 쯔읍......
드디어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고 비로소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 경치도 좋기는 한데 수종사에서 본 경치가 더 멋있어 보인다. 그래도, 넓게 펼쳐져 있는 푸른 숲을 보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하염없이 흐르는 땀을 닦고 물 좀 마시고 한 숨 돌리고 있었는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시더니 정상 데크 한바퀴를 도시고 난 후 다시 천천히 내려가셨다. 어찌나 여유롭게 움직이시는지 땀 뻘뻘흘리면서 헉헉대며 호들갑스럽게 올라왔던 내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내려가는 길도 경사도 때문에 좀 힘들었다. 신발에 진흙이 묻어 여러번 신발을 털었다. 잘 내려가다가 둥그렇게 마감된 나무 발판 끝을 무심코 밟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잘 보고 발을 디뎠어야 했는데 힘이 빠지니 방심하게 된다. 엉덩방아 찧고 나니 정신이 번쩍들어 신경써서 조심조심 내려갔다.
드디어 산을 다 내려왔다. 하지만, 차에 있는 곳까지 가려면 처음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가야해서 한숨이 나왔다.
경사가 있는 내리막을 걸어가야 하니 고역이었다. 차라리 올라가는게 낫지 내려가려니 더 힘이 들고 무릎이 아파오고 시작했다.
웃긴건 내려가면서 마주친 올라가는 사람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나한테 수종사까지 가려면 몇 분 남았냐고 물어보셨다.
대충 어림잡아 몇 분이 걸린다고 말씀드렸는데 개중에는 한숨을 내쉬는 분들이 몇몇 분 있으셨다.
거의 다 내려가니 큰 카페가 보여 들어갈까말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전날 검색했다가 가볼까 했던 돌미나리집이 생각이 나서 이왕 걸은 거 물의정원을 마저 둘러보고 그 식당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잠깐 차로 가서 잠바를 벗고 햇빛이 있어 모자를 꺼내 썼다. 잠바를 벗어 상의를 보니 땀 범벅이 되어 있었다.
조안보건소 길 맞은편으로 건너가 밑을 보면 둘레기처럼 걷게 되어 있는 길이 보인다. 붉은색으로 되어 있어 발견하기 쉬운데 그 길을 따라 5~10분정도 걸으면 물의정원이 나온다.
처음 물의정원을 가 보았는데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강을 보고 있노라니 수종사에서 본 경치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산책길이 잘 되어 있어 가족끼리 오기 좋아보인다. 조금 안좋은점이라면 자전거길도 같이 있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라이딩을 즐기는싶어하는 무리들이 요란하게 "지나갈게요~"를 연발하니 좀 눈꼴시렵다. 사람이 있으면 속도 좀 줄이고 조용히 지나가면 될 것을......
물의정원도 꽤 넓은 것 같고 다리가 아프기도 해서 다 돌아보지는 않았다. 나중에 가족 데리고 소풍겸 와야지.
배가 더 고파졌다. 차를 몰아 돌미나리집으로 갔다. 10시 조금 넘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기다리지 않고 자리 잡고 앉았는데 내가 거의 다 먹어갈 때는 자리가 없어 여러 팀이 대기해야했다.
카운터로 가서 자리 번호를 이야기 하고 잔치국수와 미나리전을 시켰다. 종업원이 밑반찬을 가져다 주셨는데 김치와 함께 특이하게 생미나리를 초고추장과 같이 가져다 주셨다. 생미나리 몇 개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향긋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곧이어 잔치국수가 나와 국물맛을 본 후 정신없이 면을 흡입했다. 또 조금 있으니 미나리전이 나왔다. 바삭바삭해서 식감도 좋아 막걸리가 절로 생각이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열에 아홉은 막걸리를 드시고 계셨다. 차를 가져왔으니 먹을 수도 없고 입맛만 다셨다. 음식 맛도 맛있지만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등나무꽃이 만발해서 이쁘게 그늘을 만들어주니 음식맛이 더 좋게 느껴졌다.
와이프도 좋아할 것 같아 미나리전을 하나 더 주문해서 포장했다.
집으로 돌아갈때보니 3일연휴가 시작되는 첫날이라 그런지 서울 외곽으로 빠지는 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날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좋아지니 다음번에는 가족을 데리고 움직일까 한다.
총 걸은 거리 : 8.57km, 걸린시간 : 3시간 1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