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ons in Chemistry
책제목 : 레슨인케미스트리(Lessons in chemistry
지은이 : 보니가머스
옮긴이 : 심연희
갑갑했던 고등학생을 벗어나 대학교 들어갔을때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고 재미있는 생활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신입생환영식때 참석 안하면 안되는 강압적인 분위기와 친목도모
명분하에 치러진 사발식은 그 환상을 깨 버렸다. 술도 잘 못 먹는데 억지로 먹은 술은 기어이
구토를 하게 만들었고 집에까지 어느 선배의 부축에 제대로 걷지 못하고 간신히 들어갔다.
그리고, 봄이었나 가을이었나 단대별 체육대회에서 체대하고 시합하다 싸움이 났고 열받은
체대생 들이 몽둥이를 들고 떼거지로 나타나 위협했고 놀란 학생들은 뿔뿔히 흩어져 도망갔다.
그리고 난 후 며칠 뒤 선배들은 집합을 시켰고 업드려뻗쳐 한 상태에서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등학생때 선생님에게 맞은 것도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데 나보다 나이
많지도 않은 사람한테 맞아야 하다니......왜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혈기왕성한 애들이 열받아
길길이 날뛰는데 피하는게 상식이지 선배들도 재빠르게 도망쳤으면서 뭐 그리 잘났다고 몽둥이를
들었는지......그렇게 단합잘되는 과였으면 선배들이 나서서 후배들 보호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대학교에 환상은 와사삭 깨지고 점점 더 아웃사이더로 돌게 되었다.
원래 모임같은건 좋아하지 않기도 하였지만 참석 안하고자 하는 강력한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세월이 흘러 군에 입대했다. 이병을 달고 자대 배치를 받자마자 선임은 이것저것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었다. 그 내용 중에 PX를 선임과 같이 가야 하는 제약도 있었다.
좀 웃기지 않나? 기껏해야 마트가는건데 선임이 있어야 한다는게 그 당시 불만을 표하지 않았
지만 속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이병이 어리버리하다가 불필요한 마찰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이병 나부랭이가 PX에 들락날락 거리는게 아니꼽고 사람이 북적되면
윗 선임들이 불편한게 싫어서 그런 희한한 제약이 생겼났을 것 같다.
그런데, 웃긴건 내가 군에서 진급하고 혼자서 PX를 가게 되었을때 어느 어리버리한 이병이
혼자 PX에 들어온 것을 보고 속으로 "저 미친것...빠져가지고!!" 라며 어이없어 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 제약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
것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것들은 꽤 오래전 이야기여서 지금은 그런 문화가 거의 사라졌으리라.
어이없는 제약들은 누군가 목소리를 내고 그 누군가가 많이 깨지면서도 계속해서 이의를 재기해서
조금씩 변화가 있거나 사회적인 공감대 혹은 큰 사건으로 인해 순식간에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이없는 제약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누군가의 너무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요즘 많이 대두되는 페미니즘도 그 노력의 일환일 것 같다.
책에 나오는 남자 사람들이 멍청하게 나오는 부분은 아니꼽고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멍청한 남자들이 그리 적은 편도 아니다. 물론 남자들이나 약자들이 겪는 불평등이나 희한한
제약등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금도 여자들이 사회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많은 편협한 시각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나한테 물어본다면 부인하기 어렵다.
나이들어가면서 나만의 규칙, 나만의 고정관념, 누군가 나의 생각이나 행동을 침해하면 불쾌해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하는 희한한 제약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 같다.
이러한 고정관념들이 의도하지 않던 의도하던 은연중에 남을 너무나 힘들게 한다
더군다나 기침만해도 여러 해석이 나오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옛날 속담처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겠다.
책은 정말 재미있다. 남자 캐릭터 대부분을 병신처럼 그려졌지만 그리 기분나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작가이시던데 많은 내공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