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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생활

2022.09.11 - 팀버튼 특별전(동대문디자인플라자)

by leejacks 2022. 9. 12.

이번 추석 처가댁에 갈때 나름 아침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했다. 7시30분에 출발하면

막히는 시간 피해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평소 가던 시간보다 더 걸렸다.

오후 12시 되어서 도착할 수 있었고 처가댁 쇼파에 앉자마자 피곤이 몰려왔다.

중년이 되니 장시간 운전하는 피로감이 해가 지날수록 심해지고 풀리는 시간은 무척 더디게 걸린다.

 

다음날인 추석 당일날은 본가에 갔다왔다. 평소 낮잠을 잘 안자는데 본가 갔다와서는 너무 피곤해

쇼파에 누워 정신없이 잠들었고 깨고나서도 피곤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축 처져 누워 있었다. 그런데, 와이프가 예전에 받은 팀버튼 특별전 티켓의 기한이 다

되었다고 해서 몸을 억지로 일으켜 DDP로 갔다.

 

DDP에 도착해보니 이렇게 핫한 곳이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 반은

외국인이었던 것 같다. DDP 바로 앞 서울투어버스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고 DDP 내부에도 외국인

들이 사진을 찍으며 한가로이 즐기고 있었다. 개중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찍는건지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눈에 뜨였다.

 

팀버튼 전시장을 찾아 윗층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너무 쉽게 찾았다.

 

아이들만 들여보내려고 했는데 막내는 관심이 없어할 것 같아 나와 큰 아이만 들어갔다.

바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대기줄이 400여명 되어서 30분정도 기다렸다가 관람했다.

 

전시회는 팀버튼 감독의 스케치나 아이디어를 끄적여놓은 티슈, 학생시절 제작한 영화 등등을 볼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무척 느려 나중에는 줄을 무시하고 앞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자유관람이어서 꼭 줄 서서 볼 필요는 없었고....작품은 사람들 뒤에 먼 발치에서 보기는 다 봤다.)

큰애는 관심이 있는건지 다른사람들 따라 덩달아 그러는건지 한참을 보고 있어 나만 먼저 앞쪽에서

서성거리며 큰애를 기다리곤 했다.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이나 디자인, 애니메이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볼 것 같지만 나같은

사람들은 알고 있는 영화 캐릭터가 나오면 반짝하다가 이내 흥미를 잃어버릴 것 같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배트맨, 화성침공 이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 영화는 없다......

화성침공은 재미있게 봤었는데 배트맨은 이전에 봤던 배트맨 영화와 분위기가 사뭇 달라 그렇게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막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그 경계선을 교묘하게 벗어나지 않게

영화를 만드는 것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전시회를 마치고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 없고 전시장을 나와 전시장 앞에 몇몇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큰 애 사진을 찍어주고 난 후 전시관을 나왔다. 와이프와 막내도 나름 공짜 전시회를 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어 닭한마리를 먹으러 갔다. 막내는 일요일에 하는 TV 프로그램을 못 보게되어 안간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잠깐 소동이 있었지만 결국엔 같이 먹으러 갔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식당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고 기다려야 해서 예전에 몇 번 갔었던 다른 닭한마리 집을

갔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때문에 생긴 어수선한 분위기는 항상 적응이 안된다. 여기저기 갑자기 나는 큰 웃음

소리나 소음때문에 연신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그런데, 더 시선을 사로잡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들과 엄마 혹은

친척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멱살잡고 싸우고 있었다. 행여나 흥분한 남자가 술잔이라도 던져 아이들이 다칠까봐

계속 주시하게 만들었다. 다행인지...둘이 가게를 나가 소란은 일단락 되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과정도 별로 기분이 안좋았다. 평소 아이들이 많이 안먹어 "닭한마리 하나 주세요" 하면

양이 적당하였는데 물가가 많이 올랐고 4명이면 반마리를 더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좀 울며 겨자먹기로 주문을 했다.

기본으로 주는 떡도 5~6개만 줘서 추가로 주문했다.

아이들이 그 가게 김치를 맛있다며 잘 먹었다. 그래서 김치를 한 번더 달라고 하고 난 후그래도 김치를 거의 다 먹어

가고 칼국수를 먹을 타이밍이여서 한 번 더 달라고 했는데 두번까지만 줄 수 있다고 못 준다고 했다.

솔직히 닭한마리는 다데기 맛도 있긴 하지만 김치를 맛보려는게 거의 반인데 서운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기분이 더 안좋아졌다.

미리 언질이라도 주었으면 김치 먹을때 계획(?)적으로 먹었을텐데 매번 아무소리 없이 잘 주던 김치를 이렇게 

제한하니 너무 서운했다.

요새 태풍, 홍수에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어서 넘어가려고 했으나 도저히 칼국수를 그냥 먹을 수 없어 다른 일하시

는 분께 좀 달라고 하니 군소리 없이 그냥 주었다. 누구는 안준다 그러고 누구는 그냥 주는 걸로 봐서 안준다고

하신분은 주관적으로 판단하시거나 이런데 왔으면 술이라도 좀 시켜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안보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오해(?)가 쌓이니 잘 먹었다는 느낌이 안들었다. 와이프도 표정이 점점 굳어갔고 이 가게는 앞으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이 많아 우리가 안온다고 해서 큰 지장은 없겠지만......

 

이렇게 추석 연휴가 피곤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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