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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곳저곳

2023.12.08 - 서울둘레길5코스(관악.호암산코스)

by leejacks 2023. 12. 9.

왼쪽 어깨가 아파 병원에서 치료받고 난 후 며칠이 지나고 나서부터 이번엔 왼쪽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런닝머신에서 뛰려고 할때마다 통증이 와서 뜀박질을 멈춰야 했었다.

 

그래서 이 날도 둘레길을 걸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갈팡질팡하다 너무 아프면 중간에 멈출 생각으로 간단히 짐을 챙기고 움직였다.

 

4호선을 타고 사당역에서 내려 5코스가 시작되는 4번출구쪽으로 나가려했는데 공사중이어서 다른쪽으로 나와 4번 출구쪽으로 길을 건넜다.

사당역 사거리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차가 많다.

4호선에서 주택가를 지나간다

 

둘레길 스탬프 찍는 곳

한 5~10여분간 주택가를 걷고 난 후 관음사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관음사 올라가는 길도 다른 사찰과 비슷하고 경사가 무지 있는 오르막을 올라갔다. 

관음사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으로 5코스 길이 이어졌고 계단을 오르자 본격적으로 산길이 이어졌다.

관음사로 가는 길
관음사.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지는 않았다.
관음사 오른쪽으로 계단이 보이고 산길이 시작된다.
걷기 좋게 정비되어 있다.

산길을 가는 중간중간 연주대로 올라가는 안내 표지판을 여러번 보았다. 연주대를 내가 가 본적이 있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린시절에는 관악구에 살았어서 관악산을 여러번 간 적이 있었는데 정상을 올라간적이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한번은 아버지와 관악산에 올랐다가 바위와 바위사이를 건너뛰어야 하는데 그 너비가 짧았지만 양쪽으로는 낭떠러지여서 너무 무서워 주저 앉았다. 그래서, 그 뒤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등산하시는 분들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어떻게 해서 어렵사리 건너갔었는데 나중에 아버지가 그 바위를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도 가는 길이 있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꼈어야 했다...ㅎㅎㅎ

중간중간 도심경치를 볼 수 있는데 연무가 있어 깨끗히 보이지는 않았다.

길 중간에 멋진 바위가 보였는데 그을린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밥을 해먹거나 무당이 자기들이 믿는 신에게 치성을 하는 곳이었던 것 같이 보였다.

길 정비는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걸었지만 오르내리는 계단이 여러번 반복되었다. 올라갈때는 왼쪽발 통증이 없었지만 내려갈때 통증이 있어 신경써서 내려갔다.

그런데 오히려 오랜시간 걷다보니 통증이 많이 가셨다.

바위 밑이 많이 그을려 있다.

1시간 넘게 걸으니 낙성대 공원이 보여 많이 반가웠다. 자전거를 탈때 자주 갔던 곳이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낙성대공원에 도착해 강감찬 장군 동상을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면 적당히 운동도 되고 기분도 좋았었다.

오랜만에 낙성대를 둘러보았는데 이전 모습과 달리 많이 정비되었다.

낙성대 뒤쪽으로 주차장이 있었는데 그 곳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선 것 같고 카페도 보였다. 낙성대 옆에 있었던 또다른 건물에는 주말마다 결혼식이나 어르신 잔치가 많이 열렸었는데 그 건물도 안보이는 것 같다.

 

낙성대에서 길을 건너 계속 길을 이어갔다.

 

길 건너편에도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조그맣게 밭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관악복합평생학습공간이라고 큰 건물이 들어섰다. 그 건물 샛길로 산길이 이어졌다. 얼마지나지않아 제법 규모가 되어보이는 무덤이 보였다. 오래되어 보였지만 관리는 잘 되지 않아 보였다. 무덤 앞 안내 팻말이 있었지만 한문으로 쓰여 있어 누구 무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규모가 있지만 관리되지 않은 무덤

낙성대에서 서울대가 나올때가지는 그렇게 오래 걷지는 않았다.

서울대도 오랜만에 지나가본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수차례 일어났던 데모와 진압하려는 전경들이 쏜 최루탄 때문에 매캐한 연기를 들어마셨다가 따가움을 느꼈고 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콧물을 닦으려 얼굴을 훔치고는 더 따가워져서 어찌할바를 몰라 손도 못대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저절로 떠올랐다.

아 그리고 서울대 상징과 같은 '샤' 모양의 교문이 많이 작아졌네... 버스가 지나다닐정도의 크기였는데 이제는  많이 작아졌고 인도에 설치되어 있었다.

서울대 앞 도로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 펜스를 따라 걸으면 관악산 등산 진입로로 들어갔는데 아스팔트길로 되어 있고 길도 많이 넓어져서 많이 낯설게 느껴졌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걷다가 갈림길이 나왔다. 관악산내에 물놀이장도 있나보다. 

관악산 문을 지나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다보면 길 오른쪽으로 둘레길이 이어진다.

등산로를 따라가지 않고 더 오른쪽으로 둘레길이 이어졌고 돌로 정비된 길을 따라 올라갔다.

돌로 정비된 길이 끝나면 정승이 길 한켠에 주욱 서 있어 다양한 정승 모양을 구경할 수 있다.

그 이후로 역시 산길이 이어지는데 예상한 것보다 꽤 오랫동안 걸어야 한다.

그리고 오르고 내려가는 계단이 많아 좀 힘이 들었다.

무엇보다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 길이 맞는지 아닌지 바닥을 보고서는 알 수가 없다.

나무에 걸려있는 리본과 팻말을 잘 보고 걸어야 한다.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저 멀리 보이는 둘레길 표시가 아니면 길이 어디인지 헷갈린다.

길을 가다 보니 호빗의 오두막을 연상케 하는 쉼터가 보였다. 그런데 그 앞에 야생개를 주의하라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었는데 절묘하게 어디선가 개가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와 살짝 긴장이 되었다.

 여기서부터 배도 너무 고팠다. 다행인건 가방에 초콜렛이 남아 있어 입에넣고 오물오물하며 걸었다.

 

가다보니 "심성산성지"가 보였다. 잠깐 순교하신 신부님들의 무덤을 보고 나왔다.

계속 길이 지리하게 이어갔다.

 

호암산이 보였고 그 밑으로 호압사가 보여 이번엔 사찰을 둘러보았다.

호압사가 올라오는 길은 무척 가파라 차 마져도 힘겹게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호암산이 보인다.
호압사안의 보호수

다행인건 차가 올라오는 길로 가는 건 아니였고 그 옆으로 호암산 잣나무 산림욕장으로 길이 이어졌다. 

나무데크로 되어 있어 걷기 무척 편했고 길 양쪽으로 소나무가 울창하게 있어 무척 느낌이 좋았다.

호암산 잣나무산림욕장

 

그런데 길 중간 나무데크를 정비해서 데크길을 더 이상 가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도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어느 아저씨가 데크 위쪽 길이 있다고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고개를 들어 길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리로 올라갔다. 그 길도 리본이 있는 걸로 봐서 나무데크길이 있기 전의 길이었던 것 같다. 조금 험하긴 하다. 돌이 이곳저곳 있어서.......

나무데크 정비중이어서 위쪽 길로 갔다

산림욕장을 지나고도 한참을 더 가야 했다. 날씨가 춥지는 않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내가 가는 길 위쪽으로 어느 아주머니 두분이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왠지 무당 같았다. 그런데 내가 보고 있는 때에 맞추어 절묘하게 바람이 아주 세게 불어왔고 낙엽이 이리저리 흩날리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는 중간에 큰 애한테 전화가 왔다. 열이 나서 학교에서 독감검사를 하라고 했다고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난감......중간에 내려가는 길도 모르겠고 집과는 차로도 1시간 넘게 걸려서 큰애한테는 집근처 병원가서 진료받으라 하고 와이프와는 문자로 상황을 공유했다.

 

그러고도 30분정도 더 걸어 비로소 마을로 내려왔다. 

둘레길 걷는 중간 너무 배가 고파 초컬릿을 다 먹었어도 허기가 가시질 않았다. 

큰애는 다행히 독감이 아니라고 하고 어느정도 기운 차린 것 같아 밥을 먹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디서 먹을까 둘러보다 결국 선택한 건 홍두깨칼국수집...

칼국수 한 그릇 후다닥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택가가 보인다.
여기도 있는 스탬프 찍는 곳이 있다.
급히 먹었지만 맛있게 먹었다.

관악산을 둘레길로 걸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호암산 산림욕장은 언제 가도 좋겠지만 특히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장소가 될 것 같다.

 

13.8Km 걸었고 3시간 40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