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면 의외로 자주 특이한 사람을 보게 된다. 이번에도 왠 맨발의 아저씨가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배낭을 메고 타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리긴 했지만 제법 긴 구간을 지하철 타야 해서 잠 좀 자려고 했었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잠이 확 달아났다.
매주 토요일마다 둘레길을 갔었는데 저번 주 토요일은 장모님 칠순이어서 가지는 못 했고 화요일 현충일에 가려고 월요일 퇴근하고나서 와인을 홀짝이며 어디를 갈지 검색했다.
어딜갈지 한참을 갈팡질팡 검색 하다가 며칠 전 유튜브 '슬기로운 캠핑생활'에서 소개해 준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으로 결정했다.
50여분정도 지하철을 타고 대공원역에 도착한 시간이 7시20~30분이었다. 4번 출구로 나오니 길 양옆으로 장사를 준비하거나 이미 준비를 끝내고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시는 상인분들이 보였다. 참 부지런하시다.
대공원동물원으로 가기위해 길 오른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같은 방향으로 가고 계시는 분들이 제법 있었다.
컨텐츠의 힘인가..... 잔잔한 호수와 양 옆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보면서 걷다보니 지루하지 않게 입구에 도착했는데......9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 가능시간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시계를 보니 7시 40분정도여서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짜증이 확 밀려와 멍하게 서있다가 뭘하지 하며 두리번 거리다가 호수 둘레를 걸을 수 있는 길이 보여 내려가 보았다.
처음에 들어오는 평화로워 보이는 경관에 승질났던 마음이 차분해 졌고 다음에는 삼삼오오 모여 벤치에 앉아 간단히 요기를 하시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벤치에 앉아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가 배가 고파져 초코바 하나를 꺼내 먹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밑에서 김밥이라도 하나 살껄" 하고 후회하면서......
먹을게 들어가니 급화장실이 가고 싶어져 산림욕장 입구쪽 걸어오다가 본 화장실이 기억나 가고 있었는데 입구를 지키는 아저씨가 나를 보고서는 입장 가능하다고 손짓을 하셨다. 입장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시나보다. 괜히 마음 급해져 화장실로 달려가 볼일 보고 바로 입장을 했다.
입구쪽에서 조금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래 걸어야 하는 산림욕장과 동물원 주위를 돌 수 있는 둘레길로 나뉜다.
산림욕장 입구로 가면 계단이 나오는데 조금 경사가 있어 힘이 든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평지로 이어져 많이 힘들지 않다. 산림욕장 길 대부분이 오르막이 있어 "아~ 좀 힘드네..."라고 생각이 들 때 즈음 내리막이 나오거나 평지로 이어져 완급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딱 한 번 길이 헷갈리는 곳이 있는데 표지판이 부서져 있는데 위로 올라가는 쪽과 아래로 내려가는 곳으로 갈린다.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찰라 올라가는 쪽에서 내려오시는 분이 계셔서 물어보았는데 위로 올라가는 곳은 청계산으로 올라가고 아래쪽으로 가야 둘레길을 가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산림욕장 이름답게 양 옆으로 나무들이 울창해 길 끝날때까지 뜨거운 햇빛을 막아준다.
그리고, 길을 가다보면 도랑이라고 해야하나...작은 물길이 있어 조금 다리를 넓게 벌려 지나가는 길에는 중간에 꼭 돌이 있었다. 처음에는 밟기 편한 돌이 참 알맞은 곳에 있네 하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매번 도랑을 지날때마다 돌이 있어 인위적으로 돌을 놓았다는 것에 감탄하며 산림욕장 길을 만드신 분들의 섬세함을 느꼈다.
산림욕장 중간 즈음에 전망대가 있어 멀리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몇몇 분들이 전망대 계단에 앉아 도시락을 드시고 계셨는데 여러번 도시락 드시는 모습을 봐서 그런가 다음번에는 간단하게라도 도시락을 싸서 멋진 경치를 배경삼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 중간중간 보면 산사태나 바위가 굴러갔었던 것 같이 움푹 파이거나 나무가 부러진 곳을 몇 곳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길은 편히 건너갈 수 있게 다리가 있었고 안전망이나 펜스로 위험하지 않게 처리되어 있다.
산림욕장 거의 막바지에 이르자 놀이동산이 개장을 했는지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길 마지막으로 오니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리프트 머리위로 지나가는 길로 나오게 된다. 머리위로 지나가는 리프트를 보자니 왠지 머리가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고 재미있었다. 아이들 사진찍어 주려고 어떤 포즈 취하라고 주문하는 부모님 목소리, 무서워 우는 아이, 높이 올라가는 리프트가 즐거워서 탄성을 자아내는 아이들 소리 등등 소리도 재미있다.
산림욕장을 얼마나 걸었나 보니 8km가 나왔다. 1시간40분에서 2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산림욕장 중간에 화장실을 못 봤다. 참고하시길......
도로가로 내려가보니 마침 에어건이 있어 신발과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좀 더 길을 갔는데 많은 사람들과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들이 보였다.
고등학교때 숙제하기 위해 대공원내에 있는 미술관을 갔었던 기억이 있어 가 보았는데 어디서 이상한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두리번 거렸다. 알고보니 미술품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한밤중에 들으면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ㅎㅎ
야외전시장에서 잠시 미술품 보고 내려가는 도중 어떤 아저씨가 투덜투덜대고 욕하면서 어떤 아이와 함께 급히 어디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미술관 뒤쪽으로 캠핑장이 있던데 그리로 가는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좀 짜증나더라도 애가 옆에 있는데 좀 조심할 것이지......ㅎㅎ
지하철 타는 곳으로 길을 따라 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리프트 타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즐거워서 밝게 웃는사람, 짜증이 나있는 사람, 우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 혼내는 부모 등등 다양한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내려가니 오래걸어 아픈 발이 통증이 안느껴질 정도로 재미있었다.
배가 고파 지하철입구를 앞두고 음식점을 찾았다. 순대국 파는 집이 있었는데 너무 더울 것 같아 패스하고 나니 마땅히 먹을만한게 없었다. 치킨집이 여러곳 보였지만 그렇다고 혼자 치킨 먹기는 그렇고..
네이버 지도 보니 지하철입구 뒤쪽 길건너 음식점이 검색되어 가보았다.
할매집...이었나..음식점으로 들어갔는데 아직 음식점 오픈은 안하시고 오픈 전 식사를 하고 계셨다.
식사는 가능한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셔서 자리잡고 앉아 무엇을 먹을까 메뉴판을 봤다. 다양하게 파셨지만 많이 더워 콩국수를 파시길래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콩국수를 주문했다. 생선구이나 전 시켜서 막거리를 먹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오후에 운전해야 해서 패스~~~
기다리고 있는 중간중간 여러 분이 들어오셨다. 나처럼 일찍 둘레길이나 등산하셨던 분도 계셨고 단체로 오셨는지 단체예약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셨다.
올 해 처음으로 음식점에서 콩국수를 먹었다. 오이고명만 있는 단촐한 콩국수인데...뭐...콩국수에 많이 다른게 들어갈 필요가 없기도 하고....시원하게 잘~ 먹었다.
대공원 산림욕장도 가족 데리고 오기 좋다. 도시락 맛있게 싸서 와 봐야지...가을 정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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