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6시 알람소리에 맞춰서 일어났다.
올해 여름도 너무 더워서 바깥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 창 밖을 내다보고 나가도 괜찮을지 가늠했다.
걱정 끝내고 살금살금 거실에 나와 어제 꺼내놓은 옷을 입고 이리저리 뻗친 머리를 쓱쓱 빗고 집을 나섰다.
기세있게 나가서 버스를 탔는데 몇 정거장 지나고 나서야 버스를 거꾸로 탄 것을 깨달았다.
얼른 버스에서 내렸는데 바로 뜨거운 공기를 접하니 짜증과 함께 만사 귀찮아 졌다.
그냥 버스 내린 곳에서 가까운 곳을 갈까 하고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걸었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지하철이 나와서 사기막골로 가는 곳을 검색했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한 번 갈아타고 3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려 704번 버스를 갈아탔다. 버스를 잘 못 타서 시간을 지체했지만 그래도 이른 시각이었는데 버스안은 등산하시는 분들로 만원이어서 서서 갔다.
사기막골입구역에 하차해서 조금 걸으면 북한산둘레길12구간임을 알려주는 입구가 나온다.
성큼성큼 호기스럽게 산속으로 걸어들어갔는데 뭐가 걸린다.
거미줄이다. 산속에 거미줄 걸리는 건 다반사여서 처음에는 별로 신경안쓰고 걸어갔는데 거미줄이 걸려도 너무 걸렸다.
팔에 걸리는 것도 많았지만 눈에도 계속해서 거미줄이 들어갔다.
바닥에 있는 나무가지로 계속 휘두르며 걸어갔는데 떨어진 나무가지 대부분이 썩은 나무여서 몇 번 휘두르면 부러졌다.
거미줄 제거하는 것도 별로 도움이 되질 않아서 그만뒀다. 이번 둘레길을 힘들게 한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벌레들이었다. 걸을때는 잠깐 잠깐 벌레가 달려들어서 그렇게 많은 줄 몰랐는데 경치 사진을 찍으려고 잠깐 멈추면 벌레떼가 득달같이 모여들어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땀을 닦을겸 꺼내든 수건으로 벌레를 내쫓고 몸에 달라붙은 거미줄을 닦아내며 걸었다.
너무 힘들었다. 신기한건 산길이 끝난 지점 어느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거미줄은 물론이고 끈질기게 달라붙던 벌레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12구간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 곳이 있었는데 경치 감상은 고사하고 벌레와 거미줄 도망치느라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다.
또다시 산길을 들어가는게 두려울지경이어서 13구간을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했다. 더위에 지치기도 해서 아무생각없이 걸어갔는데 우이령 둘레길을 걷고 난 후 밥을 먹었던 식당과 바로 옆 편의점이 보였다. 그런데 그 식당이 영업을 중단했다. 장어덥밥 맛있었는데. 안타깝네... 편의점에서 물을 하나 사고 혹시 벌레기피제가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다 팔린 것 같았다. 편의점 앞에서 물을 마시며 갈까 말까 또 망설였다가 그냥 돌아가기는 아까워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군부대 옆길로 길이 시작되었는데 바로 보이는 볕 잘 든 곳은 무덤이 잘 관리가 되어 있었고 무덤을 지키는 것 같이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처음에는 벌레와 거미줄이 없어 보였는데 왠걸 또 정신없이 벌레와 거미줄이 몰려들었다.
13구간 숲길도 정신없이 지나갔다. 숲길 마지막에는 길이 좁아져서 바지에 이런저런 날카로운 풀들이 들러붙었다. 아마도 반바지 입었더라면 맨 다리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 같다.
숲길이 끝나니 역시 벌레와 거미줄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13구간이 끝나고 송추계곡이 보였다.
계곡에서 많은 분들이 시원한 계곡물을 즐기고 계셨다.
송추계곡 주차장쪽으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고 블로그에서 보았던 카페겸 레스토랑도 보이고 카페 앞쪽으로 수영장도 있었다. 여러모로 반나절 신나게 즐기기 좋은 환경이다.
여기서부터는 음식점을 찾았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걷다가 앞에서 오는 차를 못보고 부딪칠 뻔 했다.
13구간을 좀 더 걷다가 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또 다시 산길이 나왔다. 길지 않았지만 또 거미줄과 벌레를 마주해야 했다.
도로로 내려와서 칼국수를 먹을까 아니면 도토리묵 세트를 먹을까 갈등하다가 500미터 더 가서 도토리묵 세트를 먹기로 했다.
기대를 하며 500미터를 더 걸어서 드디어 식당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할려고 하는 순간 내가 찜했던 세트는 2인부터라고 하셔서 김샜다. 하는수없이 묵사발과 맥주를 시켜서 먹었다. 묵사발도 새콤달콤하고 시원해서 괜찮았다. 하지만 원래 먹으려고 했던 것을 못 먹어서 김샜다. 혼자 걸으면 항상 이게 문제야......
맛있게 먹고 다시 오백미터를 내려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번에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때에는 15구간부터 시작해서 14구간으로 갈 생각이다. 그 때는 칼국수를 먹어봐야지.
9.2킬로미터 정도를 걸었고 2시간 25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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