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에 도착해서 저번 팔당역 갔었을 때의 실수를 고대~로 했다. 1번 플랫폼에 서 있다가 여기서 타는게 아님을 깨닫고 어이없어 헛웃음을 내뱉은 다음 후다닥 내려가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번 플랫폼에서 경의중앙선 양수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잡아 탔다.
이제는 아침이 쌀쌀해서 점점 일어나기도 힘들고 웃옷을 챙기게 된다.
양수역에 도착해서 길 건너 편의점부터 들렀다. 1,2코스를 다 걸을려면 거의 19킬로미터(실제로는 21킬로미터를 걸었다)로 네이버 지도에 찍혔기 때문에 모자를까봐 걸으면서 먹을 음료수하고 초콜릿을 사기 위해서였다. 편의점 앞에는 자전거를 타다 잠시 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양평쪽은 정말 자전거 매니아들에게 사랑받는 곳인가보다. 걸으면서 보기에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기도 하다.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고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지도가 자전거 도로로 가도록 되어 있어 좀 짜증이 났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지나가면 좀 속도를 늦추어야 하는데 그러기 싫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었다.
계속 뒤에 자전거가 오는지 안오는지 신경쓰기 싫다. 하지만 다행히 1코스는 자전거길과 맞닿은 곳은 많지가 않아서 걷기 나쁘지 않았다.
짧은 자전거 도로와 맞닿은 곳이 끝나고 도로길이 나왔는데 도로 옆 도보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흙길이었는데 폭신폭신하기도 했고 길 양쪽으로 파릇파릇 나무와 줄기 식물들이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물론 비가 많이 오면 질퍽질퍽 하긴 하겠지만....
1코스는 한음 이덕형 묘지와 몽양 여운형 생가를 거쳐 간다.
이덕형 묘지가 나오기 전까지 좀 오래 아스팔트 길을 걸은 후에나 비석을 볼 수 있었다.
이덕형 묘지는 실제로는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했고 대신 비석이 있고 스탬프 찍는 곳이 있었다.
이덕형 묘지는 어린 시절에 읽었던 위인전 오성과 한음 이야기가 기억나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한음 이덕형 묘지(비석)부터는 산길로 이어지는데 이 길도 재미났다.
길이 아닌 것 같아 어디로 가야 할지 동공이 흔들릴때면 어김없이 "여기야 여기" 하는 것처럼 리본을 찾을 수 있어서 보통 둘레길 걸을때 보다 핸드폰을 꺼내는 횟수가 현격히 줄었다.
또, 산을 높이 올라가지는 않고 초반 좁은 산길을 따라 걷도록 되어 있어 뭔가 모험심을 자극하기도 하였고 나무가 울창해 산림욕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또, 높낮이도 높이 올라가는 법이 없어 땀은 났지만 헉헉댈 정도는 아니었다.
산길이 끝나면 잠시 논밭을 걷고 고개길을 만나고 나면 여운형 생가를 볼 수 있다. 기념관도 크게 있어 아이들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걸으면 신원역이 나오고 1코스가 끝난다.
1코스가 너무 좋았어서 2코스로 바로 진입했다.
2코스는 도로를 먼저 건너야 했다. 도로를 보자마자 왠지 눈에 익숙해 보였는데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여행 가게되면 양평을 통해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나가는 길 중 무지 막히는 구간 중 하나였다. 그리고, 막히는 구간에는 으레 주전부리를 파는 분들이 여럿 계셨는데 마침 길 건너저마자 한 분이 계셔서 옥수수를 사먹었다. 옥수수 3개에 오천원..군밤 두개는 맛보라고 주셨다.
길 건너면 남한강을 따라 가도록 되어있다. 좀 안좋은점은 자전거 도로를 따라 가야 해서 자전거 오는지 안오는지 계속 신경 써서 가야 했다. 이번에는 그 거리가 좀 많이 길었다.
자전거길이 메타세콰이어 길과 연결이 되는데 옥수수 먹으며 걷다가 잠깐 길을 바꿀려는 찰라에 자전거가 다가와 하마터면 부딪칠뻔했다.
내가 부주의한 것도 있기는 한데(근데 자전거는 솔직히 조용해서 다가오는 것을 잘 모르겠다. 어느순간 옆에 쌩하니 지나가서 깜짝깜짝 놀랄때가 많다.) 자전거 벨로 알리면 될 것을 굳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가서 좀 불쾌해졌다.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속도를 좀 줄이면 될 것을..쳇...뭐..서로 조심해야지...근데 나도 자전거 길 가기 싫다고...
사람 다니는 길과 좀 분리 해주었으면 좋겠다.
2코스는 남한강길을 따라 가는 것과 터널 지나가는 것 이외에는 좀 지루했다. 계속해서 아스팔트 길이어서 발 피로도도 좀 상당했다.
그 중 옛날 기차가 다녔다는 터널은 분위기가 묘했다. 소리가 울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걷는 중간 자전거가 몇 번 지나갔음에도 사람이 없는 것처럼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길 막바지에 다시 남한강길을 나와 따라 걷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이상하게 사진에 무지개빛이 있어 빛이 많이 들어갔나 했는데 하늘을 보니 해를 중심으로 비교적 선명하게 무지개가 둥그렇게 떠 있어 신기했다.
2코스 마지막인 아신역 바로 전에 그 곳도 철도길이 있었고 오래된 기차 몇 량을 개조하여 전시실로 활용하고 있었다.
드디어 아신역...핸드폰을 확인해보니 21킬로미터(4시간30여분 걸림)를 걸었다.
군대 행군 빼놓고 역대급으로 많이 걸은 것 같다.
원래는 밥 먹으러 아신역하고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가서 국물 있는 음식을 먹으려 했지만 더 이상 걷기 힘들어 아신역 바로 앞에 있는 김밥집에 들어가서 점심을 떼웠다. 김밥 한 줄과 라면을 먹었는데 김밥도 깔끔하니 맛있었고 뜨거운 라면 국물이 들어가니 전날 과음한 것도 아니지만 속이 풀렸다.
바로 옆에 커피숍이 있어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아신역에 진입했는데 운좋게 바로 열차가 와서 기다리지 않고 탔다. 열차안에서 멍하니 있는데 어디선가 계속 뽕짝 노래가 크게 들렸다. 어디서 그런가 두리번 거렸는데 노약자석에 어느 할아버지가 선글라스를 쓰고 세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다리를 떡하니 신발도 안벗고 올려놓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짜증이 나 일부러 몇 번 노려봤는데 아랑곳하지 않으시더라...못 보셨나...ㅎㅎㅎ
제발 그러지 마시기를...
아..블로그에 사진을 잘 못 찍어 올리지는 않았는데 물소리길 걸으면서 삐까뻔쩍한 집인지 별장인지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쩜 그렇게 잘 해 놓고 사시는지..참 부러웠다.~~
다음 둘레길은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가려고 했는데 충북 괴산의 산막이 길을 슬기로운 캠핑생활에서 소개시켜는 것을 보고 너무 괜찮아 거기도 가고 싶다. 아직 어디를 먼저 갈지 고민중...
우리나라도 참 걷기 좋은 길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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