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요상하다. 꼭 가을날씨같다. 바람이 제법 불고 서늘한게 9월말 10월초 날씨 같다.
올해는 여름이 많이 더울 거라는 예보가 많았는데 각오한 것보다 덜 덥다.
그래서 더 불안하긴하다. 갑자기 확 기온이 솟구칠까봐.......
우이령길을 걷는날도 햇빛이 쨍쨍했지만 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했고 더울만하면 바람이 불어와서 땀을 식혀 주었다.
북한산우이역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둘레길 표시 팻말을 보면서 걸었는데 네이버 지도와 차이가 있다. 네이버 지도는 하천을 따라 올라가는 것 같다. 길이 넓어서 차들이 여러번 지나갔다. 지나가면 먼지가 날려서 눈에 들어갈까봐 눈을 가늘게 뜨고 인상 팍 쓰며 걸었다.
우이계곡 주변에 음식점들이 무척 많았었는데 많이 정리된 것 같다.
아...아니다 하천 위쪽으로 걸어서....... 하천 주변에는 식당이 아직 많을까?
여전히 식당이 하천을 독점하지는 않겠지..설마...
한참 걷고 나서 우이령탐방지원센터가 나왔다.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이다. 금요일에 탐방로 예약하고 받은 문자메시지에 QR코드가 있어 찍고 들어갔다.
평일은 예약할 필요가 없지만 주말은 여전히 예약을 해야 한다.
지원센터 지나고 바로 건물이 나왔는데 분위기가 묘하다. 인근에 부대가 있는걸로 봐서 부대 건물일 것 같은데 풍기는 분위기는...... 서대문형무소가 생각이 났다.
울창한 나무 그늘을 따라 걷다가 대전차 장애물을 만나서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경로였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나서 우이령길의 백미인 것 같은 오봉 전망대가 나온다.
햇빛을 받아 옅은 아이보리색으로 빛나는 오봉이 멋지다. 설악산 울산바위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그 다음 길부터는 오봉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오봉을 보면서 걷고 있었는데 넓은 운동장 같은 곳이 나오고 한쪽 바위에 유격이라고 큰 글씨가 새겨져 있는 바위가 보였다. 그런데 그 연병장을 가로질러 석굴암으로 가는 길이 있었다.
훈련이 되나? 다른 곳으로 옮겼나? 등산객들이나 절을 가기 위해 지나다는 사람이 많을텐데..... 중간 경유지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는 그냥 둘레길을 갈 수 있고 석굴암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갈림길이 있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석굴암은 꼭 가보라는 권유가 많아 호기심이 생겨 석굴암으로 올라갔다.
산속의 절은 유독히 경사가 심하다. 석굴암도 못지 않게 경사를 자랑한다.
석굴암으로 들아가는 소원문이 보였다. 앞에 가시는 분이 문 앞에 서서 기도를 드리고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앞에 돌로 만들어진 다리가 있어 그 돌을 꼭 밟고 지나갔다.
나도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지나갔다.
그 다음부터는 정말 경사가 더 심해졌다. 다리에 힘주느라 고개를 숙이고 가다고 좀 쉬려고 멈추어서 고개를 들었는데 절과 어우러진 산 경치가 너무 환상적이었다. 우이령길 간 날은 공기도 깨끗해서 되게 청명하게 보였다.
절이 있는 곳은 어느 사찰이든 경치가 정말 좋다. 어떻게 그런 좋은 곳을 택했는지 감탄이 나온다.
그리고 절은 산 경치를 훼손하지 않는다. 근래 건축기술로 만든 건물은 자연풍경과 이질감이 생기는데 옛날 절은 참 자연과 잘 어우려져 거부감이 많이 없다.
경치가 너무 좋아 절을 둘러보고 절에서 맞은편 산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둘레길을 걸으려 내려갔다.
내려가는건 금방이다. 내려갈때 트럭 한대가 힘들게 올라오고 있었다. 보면서 아슬아슬했는데 한 번 멈췄다. 속으로 "오 어떻게 올라가나...힘은 되나?" 생각했는데 기우와 다르게 천천히 잘 올라갔다. 운전하는 아저씨도 익숙하신듯 얼굴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둘레길로 돌아가서 여유있게 계속 길을 이어 걸었다.
뒤에서 터벅터벅 뛰는 소리가 들리길 뒤를 돌아보았는데 달리기를 하고 계셨다. 그 이후로도 여러 사람이 뛰고 계셨다.
대단들하시다. 동호회 분들 같아 보이셨다.
교현탐방지원센터에 다다랐을때 먼저 뛰었던 분들이 기다리면서 사진찍어주고 하이파이브 하면서 즐겁게 운동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탐방지원센터 지나 좀 더 걸으면 도로변이 나왔다.
그리고 음식점을 어디로 갈까 두리번거렸다.
우이쪽은 음식점이 많은데 교현쪽은 음식점이 별로 안보였다.
길건너는 흑염소 식당이 있는데 음...땡기지 않는다. 어머니가 염소로 한약을 지어오시면 냄새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그 기억이 강해서 꺼려진다. 왼쪽에는 장어집(송추장어좋아)이 있었다.
장어집에 가서 혼자 먹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흔쾌히 된다고 하셔서 장어집에서 먹었다.
장어덥밥과 맥주를 시켜서 먹었다.
장어를 구워먹고 싶지만 혼자서는 부담스럽고 대안으로 장어덥밥을 시켰다.
향긋한 풀과 어우러져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길 건너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올때는 버스만 1시간 30분정도 탔나보다.
우이령길을 떠올리면 오봉과 석굴암의 경치가 바로 떠오른다. 다른 분들도 우이령길 가시면 석굴암은 꼭 가보시기를.
조금 힘들긴 하지만 석굴암에서의 경치는 넓은 바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해준다.
9.6킬로미터 정도 걸었고 2시간 2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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