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해외연수를 마치고 돌아왔다.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는데, 그곳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입국장 주변에는 중고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마치 전문가처럼 고급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작은 사다리까지 준비해 놓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엿보였다.
어른들 중 몇몇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사진을 찍으려는 아이들에게 누구를 기다리는지 물어보았다. ‘아인즈’ 혹은 ‘아이즈’, ‘라이즈’ 같은 말이 들렸지만, 주변의 소음 때문에 정확히 듣지는 못했다. 요즘 유명한 아이돌이 누구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또 다른 특이한 광경은, 한 아가씨가 누군가를 마중하기 위해 종이에 환영 문구를 적어 출국장 철제 가드에 붙여 놓았다. '세계적인 포르노 배우의 귀국을 환영한다’는 문구였다. 장난스러운 문장일까, 아니면 정말일까? 그런 종이를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니는 것이 요즘 세대의 일상인가?
와이프 마중 나가기 전날, 북한산둘레길을 걸었다. 아침에 비가 왔었고, 집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많이 껴 있어 그늘이 많고 날씨도 선선해 보였다. 그래서 정릉천을 뛰려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자마자 해가 나기 시작했고, 기온도 조금씩 올라갔다. 얼마 걷지 않아 살짝 어지러웠지만, 곧 괜찮아졌다. 그래도 무리는 하지 않으려고, 뛰지 않고 정릉천을 따라 걸었다
산책길 중간에는 어르신들이 하천을 바라보고 계셨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릉천에는 어미 오리와 갓 태어난 새끼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새끼 오리들이 어미 주위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야생 짐승에게 잡아 먹히지 않고 잘 자라야 한다는 걱정도 들었다.
북한산 초입 주차장에 도착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5구간 문을 지나 이어지는 오르막을 올라갔다. 작년에 처음 5구간을 걸었을 때는 길을 찾느라 핸드폰을 많이 봤지만, 이번에는 마음이 느긋했다. 운전할 때는 라디오를 듣지만, 가끔 재미없을 때는 유튜브의 '썸머썸머’라는 채널을 듣는다. 미국의 흉악범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채널인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걸었다. 땀을 흘리며 걷다 보니, 익숙한 커다란 바위가 보였고, 5구간 둘레길이 끝났음을 알리는 문이 보였다.
5.86킬로미터 걸었고 1시간 30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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