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지옥에서 온 판사" 드라마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잔인해서 처음부터 못 보게 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그 이후로 계속 보겠다고 고집부리고 난리를 쳐서 하는 수 없이 보게했다. 조건은 걸었다. 숙제 해야하고 방 꼭 치워야 하는 조건을 걸었는데 다 하기도 하고 주말 낮에 재방송도 하기 때문에 무작정 막지는 못했다.
막내는 이번주 금요일도 재미있게 시청했지만 이번에는 무섭다고 안방에서 자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아빠는 내일 둘레길 걸으테니 내 방에서 자!"라고 쏘아붙이고는 안방으로 쏙 들어가 잠들어 버렸다.
뭐...새벽에 부시럭대서 와이프 깨우는것보다는 막내방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새벽 6시에 깨서 루틴대로 갈까말까 조금 고민하고 일어나서 머리 쓱쓱빗고 물 한잔 마시고 출발했다.
4코스 행주누리길은 원당역부터 출발해서 버스타다가 3호선 갈아탔다. 원당역에 도착해서 어느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 살펴보는데 친절하게 안내판에 누리길은 3번이라고 표시된 것을 보았다.
3번출구로 나와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성라근린공원과 같이 이어져 있어 중간중간 공원을 마주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서울도심보다 외곽으로 벗어날수록 운동시설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아침 일찍이지만 공원에서 운동하고 산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산길이 끝나고 다시 산길이 이어진 줄 알았는데 이어진 산길 바로 앞에 우회해야 함을 알려주는 플랭카드가 보였다.
산길을 돌아나와 도로를 따라 걸었다.
도로 양 옆으로 음식점이 다수 보였다. 이른 시간이어서 음식점 모두 영업을 안했길 망정이지 문 연 음식점이 보였더라면 바로 들어가 배부터 채웠을 것 같다.
도로길을 가다가 왼쪽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 맞은편에는 좀 넓게 밭이 있었다. 아마 그 밭이 개인 소유였던 것 같고 그 밭 때문에 우회로가 생긴 것 같다.
도로길이 끝나고 넓은 농장이 보였다.
넓게 펼쳐진 농장에 햇살이 비춘 광경이 평화로워 보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TV 여행프로를 보면 베트남이었나....경치가 좋은 논, 밭을 여행하는 코스를 본 적이 있었다. 되게 이색적이고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날 지나갔던 농장도 그 경치 못지 않게 좋다.
농장 오른쪽으로 이어진 산길을 걸었다.
산길을 내려와서 길이 아닌 것 같은 좁은 길로 어느 부지를 끼고 걸었는데 좁은 길을 빠져나오고 나서 걸어가다 보면 배다골테마파크가 나온다. 시설이 낡아보였고 운행을 안하는 것처럼 보였다.
배다골테마파크길에 이어서 성사천을 길게 걸었다. 하천 정비사업을 하고 있어서 하천 주변이 약간 어수선해 보였다.
하천 길이 끝나면 도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경치가 무척 좋다. 공동묘지인 것 같기도 하다. 해가 잘 드는 쪽으로 무덤이 많이 보였다.
산길을 내려와서 굴다리를 지나면 또다시 산을 올라가게 되는데 올라갈때 조금 갈팡질팡했다. 수풀이 무성해서 길이 잘 안보였다.
산을 내려와서 큰 도로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마침 트럭이 한대 지나갔다. 먼지를 풀풀 날리며 지나갔는데 그런 길을 오래 걸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얼마 걷지 않았는데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넓게 펼쳐진 곳이 나왔다.
원래 둘레길 코스는 코스모스가 있는쪽(창릉천쪽)이 아니라 위쪽으로 올라가도록 지도에 표시가 되어있다. 그런데 위쪽은 마을을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코스모스길이 나중에 합류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코스모스가 만발한 길을 걸었다.
물이 말라있지만 징검다리가 있는 곳을 지났는데 좀 전에 본 코스모스밭보다 훨씬 더 넓게 코스모스가 펼쳐졌다.
지난 번 구리코스모스 축제 못지 않게 넓었다. 더 규모가 컸을 것 같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꽃 구경을 실컷 했다.
코스모스밭이 끝나고 도로길을 따라 걷다가 굴다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굴다리 맞은편에 낯설지가 않았다.
몇 년전에 차 끌고 행주산성을 갔었는데 굴다리를 지나 들어가려는데 차가 막혀서 가다서다를 반복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본 광경이 그대로 보였다. 차는 몇대 없는데 앞에 차가 식당에 들어가려고 멈춰버리면 그 뒤로 줄줄이 차가 멈춘다.
그건 그거고 고양누리길 5코스가 시작되었다.
굴다리를 지나자 음식점이 즐비해서 밥을 먹을까 말까 망설였다. 5코스 거리가 짧고 원점회귀할 수 있어서 다 돌고 먹기로 결심했다.
행주산성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쳐 주차장 아래쪽으로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꺽으면 메타세콰이어가 있는 길이 나오고 행주산성공원이 나오는데 바로 앞에 한강이 있고 경치도 좋다. 공원안에는 가족과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느긋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한강 바로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잔잔하게 들려오는 물소리를 한참동안 들었다. 물소리를 듣고 있으니 온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공원을 조금 더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5코스를 걸어갔다. 산길 계단이 올라간 다음 걸어가다보면 군 초소를 전망대로 활용한 곳이 나온다.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여유롭게 느껴진다.
평화누리길과 고양누리길이 겹치는 것 같은데 평화누리길은 아래쪽 나무데크로 표시되어 있었고 고양누리길은 산쪽길을 가도록 되어 있었다. 나중에 보면 평화누리길도 산쪽으로 표시되어 있는곳이 있던데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무데크로 가면 평평한 길을 가서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산쪽길을 택했다.
좁은 길과 경사가 있는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였는데 꽤 힘들었다. 5코스 시작할 때 보였던 음식점에서 밥을 안 먹었던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다.
5코스는 짧지만 느낌상으로는 4코스보다 힘들었다. 4코스가 길어서 힘이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정신없이 헉헉대며 길을 걷다가 멧돼지가 못 지나가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은 문이 보였다. 직진해도 되고 그 문을 통과해도 되는 것 같다. 네이버지도상으로는 그 문쪽으로 가도록 되어 있어서 문을 열고 올라갔는데 경사가 심한 길이 나왔다.
낑낑대며 올라가면 정자가 나오고 그 정자 뒤로 올라가면 드디어 행주대첩비가 보였다.
그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계셨다.
나도 올라가서 주위 풍경 찍고 충의정 뒤쪽 길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토성이 나오고 난 이후부터는 아스팔트길로 내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어느 지점은 행사하느라 수십명이 모여있는 곳도 보였다.
다 내려와서 바로 음식점(아!이맛이야 장작철판)으로 향했다.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일하시는 분이 고기를 먹을것인지 국수를 먹을것인지 물어보셨다.
혼자 먹어야 되서 국수를 먹겠다고 했는데 고기 먹어도 되었을 것 같다. 원형으로 된 탁자 위 커다란 철판에서 고기를 굽는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서 먹는 것 같다.
다음번에 가족들 데리고 와서 먹어봐야지.
배가 너무 고파서 국수 나오자 마자 입안 가득히 국수를 넣고 오물오물 거렸다. 고기도 같이 나와서 막거리도 하나 시켜서 안주 삼아 먹었다. 그런데 막걸리가 정말 입에 안맞네... 왜 그러지??
다 먹고 식당 나오기 전에 집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확인했다. 나는 경의중앙선쪽으로 걸어가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하는줄 알고 검색했는데 식당 바로 앞에 버스가 있다. 당산역까지 가는 버스여서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늦지 않으면 타고 가려고 버스 정류장을 찾은 후 버스 오는 시간을 확인하였는데 4분만 기다리면 되었다. 운이 좋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 앞은 완전 난장판이었다. 일방통행 길 진입을 잘 못한 차가 바로 뒤에 차가 있는데도 후진을 하지 않나 일방통행을 무시하고 내려오는 차도 있었고 굴다리 앞은 진입하지 못하는 차들이 열받아 경적을 울려댔다.
버스도 길게 서 있는 차들때문에 반대 차선으로 역주행해서 왔다. 어이가 없다.
역주행해서 온 버스를 타고 당산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한 번 더 환승한 후에 집에 도착했다.
이번 둘레길은 산길을 걷는다 생각하고 나왔는데 생동감 있는 농장뷰와 기분 들뜨게 했던 코스모스길, 편안함을 안겨준 행주산성공원에 물소리 등등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게 걸었다.
16.56Km 걸었고 3시간 54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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