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 엉덩이 뜨뜻하게 해주는 기능이 생겨서 잠시 앉아 있어도 몸 전체가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청량리역 경의중앙선을 타는 플랫폼으로 내려가고 있을 때 열차가 멈춰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한 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하기때문에 어디까지 가는지 확인도 안하고 무작정 뛰어서 열차를 탔다.
한 숨 돌리고 나서 어디까지 가는지 확인하였는데 덕소까지만 간다. 운길산역까지 가야해서 덕소에 내려 몇 분 기다리고 난 후 운길산역을 지나가는 지하철로 갈아탔다.
운길산역에 내려서 4코스 시작하는 지점을 못찾아 헤맸다. 핸드폰으로 네이버 지도를 확인하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 후에야 건물 옆으로 좁게 나 있는 길을 확인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강이 보이는 지점으로 접어들었을때 수십마리의 새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얼어붙은 강 위로 여러 종류의 새들이 모여있었고 축제를 여는 것처럼 시끌벅적했다.
축제를 열고 있는 새들을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넜다. 옛날 오래된 도로를 개조한 것 같은데 중간중간 아래를 볼 수 있도록 투명판이 군데군데 있다. 서리가 껴 잘 안보였다. 발로 문질러 밑을 보려고 하다가 확 미끌어져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다.
다리 위에서 경치를 구경하며 걸었다. 해도 떠오르고 있어서 더 운치가 있었다.
몇 분 간격으로 오른쪽 다리로 지하철이 지나가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제대로 못 찍었다. 핸드폰으로 찍으려면 추워서 꼈던 장갑 벗고 핸드폰 화면을 몇 번 클릭 해야하는 바람에 계속 놓쳤다. 장갑 안 빼도 되는 물리버튼이 있는 소형 카메라 사고 싶어진다.
다리 끝나는 지점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졌고 양수리를 두물머리쪽으로 크게 돌도록 되어있다.
강가쪽 가까이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산책하는 분들이 여럿 보였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걸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강물이 꽝꽝 얼어있었다. 흐르는 물 소리 대신 "뿌드득 뿌드득"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얼음 부딪치는 소리는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강가 주위로 괜찮은 카페와 음식점이 보였다. 나중에 따뜻한 봄과 초여름에 가족 데리고 오면 좋을 것 같아 사진 찍어두었다.
강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되게 찼다. 오히려 산쪽으로 들어갔을때 불어오는 바람이 온화할 정도다.
그 절정이 두물머리였다. 핸드폰으로 사진 찍으려면 터치해야 해서 장갑을 벗는 통에 오른손이 너무 시려워서 "내 이 둘레길 끝나면 카메라를 사리라!"라고 다시 마음먹을 정도였다.
두물머리를 지나서 세미원쪽으로 가기 전 붕어빵과 옥수수를 파는 곳이 있어서 옥수수를 하나 사서 먹었다.
역시 배고플때 먹는 건 뭘 먹어도 맛있다.
세미원 가기 전에 강원도 갔다 오다가 길이 너무 막혀서 국도로 가다가 배가고파 간 장어집이 보였다. 그 때는 거의 돌 바닥에 조그만 의자 놓고 먹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큰 건물이 세워졌다. 그런데 바로 앞에 이글루 글램핑장이 바로 앞에 생겼다. 캠핑은 하고 싶고 아무것도 챙겨가기 싫을때 가면 좋겠다. 바로 앞에 식당 있으니 얼마나 좋아.
세미원 바로 앞에 둘레길이 이어졌다.
용담생태수변공원을 가로질러가게 되어있다.
세미원을 여러 번 방문했었지만 바로 앞에 공원이 있는 줄 몰랐다. 세미원에서 길 건너고 안쪽으로 들어가야 해서 발견 못할 수도 있다. 그 반대편은 도로와 인접해 있고 공용주차장이 공원쪽으로 연결되어 있어 접근하기 쉽다.
공원 지나고 시내를 걷다가 오른쪽으로 조그만 개울을 지나 한참동안 지루하게 걸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걸었던 물소리길 1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부터는 물소리길 1코스와 일치한다.
전날 어느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까 기대하며 검색을 해서 "한음이덕형행장비"를 진입하기 전에 어죽 파는 곳을 찾아냈다. 아침 일찍 영업을 시작해서 기대를 하고 음식점에 들어갔다. 원 코스를 가면 하천때문에 그 음식점으로 갈 수가 없어 일부러 되돌아와서 갔다.
음식점 들어섰는데 아무도 안보인다. 네이버 정보가 틀렸는 줄알고 돌아나오려고 하는데 부엌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난감한 표정인가 아니면 한명인 것 같아서 실망인 표정일걸까? 대뜸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하신다. 네이버 정보로는 9시부터 영업시작인데 내가 도착한 시간이 10시 20분정도 되었을 것 같다. 몇 명인지 물어보시고는 조금 기다려야 하는데 드시고 갈 거냐고 물어보셨다. 직감적으로 한명이라 싫은 내색임이 느껴졌다. 나도 굳이 돈내고 불편한 마음으로 먹기 싫어서 그냥 되돌아 나왔다. 물론 내 오해일 가능성도 많지만 둘레길 걸으면서 음식점에 들어가 한 명이라고 그러면 내키지 않아하는 분들을 여러 번 봐서 느낌이 팍 온다. 내 느낌이 틀리길 바라고 한 명일때 손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차라리 2인분 이상이라고 적어놓으면 오히려 기분이 안 상하고 되돌아 나올 것 같다.
되돌아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가서 산쪽으로 길을 이어갔다.
눈이 많이 쌓여 있었고 녹았다가 언 곳도 있어서 여러 번 발이 미끄러졌다.
4코스 막바지에는 경사가 있는 산을 올라가야 했다. 마침 가방에 아이젠이 있어서 내려갈때 끼고 가려고 손에 들고 올라갔다. 그런데 내리막길은 눈이 다 녹아 있어서 다시 아이젠을 가방에 넣고 내려갔다.
내가 내려가는 길로 등산을 하시는 분들이 20여분 올라오고 계셨다. 한 낮이 다가와서 등산하기 적당한 온도여서 여러 어르신들이 등산을 하신 것 같다. 그 이후로도 여러 등산하시는 분을 마주쳤는데 옷을 참 잘 입으신다. 형형색색이면서 나름대로 개성있게 입으셨다. 멋져!!
몽양 여운형 기념관을 지나 신원역에 도착했다.
신원역 바로 앞에 큰 음식점(황금연못)이 바로 보여서 음식 주문해서 먹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황태온국수하고 미나리전을 시켰다.
황태국에 국수를 말아 먹어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무척 맛있었다. 미나리전도 바삭바삭하고 먹기 좋게 잘라 주셔서 그 전 내 멋대로 오해해서 맘 상한 기억이 날아가 버렸다. 맥주로 입가심하고 나니 배가 빵빵했다. 시켜놓고도 미나리전 양이 많아서 다 먹을 수 있을지 자신 없었는데 배도 많이 고픈 상태여서 다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신원역에서 열차를 기다렸는데 시간이 안 맞았나보다. 30여분 열차를 기다렸다.
힘이 빠져서 앉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사람이 많이 있어서 거의 서서 집으로 돌아왔다.
16킬로미터 걸었고 3시간 50여분 걸렸다.
봄이 온다. 더 활발하게 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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